수제 결혼식과 브랜딩 - 1편
2025. 6. 16.
왜 시작되었는가?
"결혼은 하고 싶어. 그런데 결혼식은 싫어."
"왜? 드레스 멋지지 않아?"
"돈 잔뜩 써서 결과물은 공장에서 찍어나오듯 하잖아. 남들 하는 대로 말이야.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남편(당시 남자친구)는 이전에도 획일화된 결혼식 문화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곤 했다.
나 또한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남들이 결혼의 본질에 대한 통찰 없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결혼식을 형식만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만들어줄게. 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다 할 수 있어."
그렇게 우리 결혼식은 A-Z, 기획부터 실물까지 모두 직접 진행하는 이른바 '셀프 웨딩'으로 결정되었다.
셀프 웨딩, 부모님 설득부터!
셀프 웨딩이라 하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내용이 있다.
"부모님이 엄청 간섭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우리의 경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친정 부모님: 30년 넘게 내 쉽지 않은(?) 성향을 지켜보신 덕에 "이런 것도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승낙하셨다. 추가적으로, 동생이 먼저 전형적이고 화려한 결혼식을 올려, 그런 식에 대한 기대를 이미 충족시켜드린 덕도 있었다.
시부모님: "우리는 잘 모르니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셨다.
물론 중간에 약간의 난관도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어르신들 입장에서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제시하여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세일즈 스킬 활용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
체계적인 준비 과정
우리 결혼식의 전체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부모님 인사 및 상견례
식장 계약
'스드메' 리서치
결혼식 기획
모바일 청첩장 및 실물 청첩장 제작
웨딩 촬영(사실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졸랐다.)
결혼식 이벤트 준비(콘텐츠, 소품 등)
이 중에서 가장 큰 난관은 식장 찾기였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시설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 200명 내외 수용 가능
- 풀 커스텀 허용
- 서울 내 위치
콘서트장, 경기장, 다목적 홀 등 여러가지 대안을 찾아보다가, 다행히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명동의 '온즈드롬'을 알게 되었다. 온즈드롬의 김인성 대표님은 "한국의 웨딩문화를 혁신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셨고, 우리의 계획을 매우 환영해주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즈드롬을 선정한 것은 이 결혼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공통분모에서 찾아낸 결혼식 테마
결혼식 테마는 우리 둘의 공통점에서 찾기로 했다. IT, 스타트업, 게임 등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책'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Pinterest 등에서 여러가지 '책 테마 결혼식'의 레퍼런스를 찾다가, 언젠가 남편과 나누었던 카카오톡 대화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
"옛날옛날에 귀여운 다솜이가 살았습니다. 귀여운 다솜이는 도파민 중독자라 심심해했어요. 다솜이는 하고싶은 걸 찾기 어려워 했어요. 다재다능해서 다 잘 할 수 있었거든요."
나는 이 구절이 좋아서 북마크를 해두고 자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책 테마를 잡다보니 마침 이 도입부가 생각났다. 마침 우리의 만남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을 때, 동화책(fairytale)같다는 반응을 들었던 것도 생각이 났다.
'동화책 컨셉의 결혼식.'
그래서 우리는 결혼식을 동화책 컨셉으로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제작에 들어가기로 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