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기획하며

2025. 3. 23.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면, 붕어빵 틀에 찍어내듯 똑같은 식순과 똑같은 풍경의 반복 속에서 무의미하게 박수만 치다가 30분만에 자리를 떠나곤 한다. 특별한 날이라는데 하나도 특별하지 않다. 심지어 하객이 결혼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신랑이 키가 크다, 신부가 예쁘다’ 정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만나서, 왜 결혼을 해야 하며, 어떻게 잘 살아갈 생각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결혼식이 그렇다.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즘 ‘셀프 웨딩’이 인기다. 생면부지의 웨딩 플래너가 돈 잘 들어오는 업체로 골라서 천편일률적으로 세팅해주는 그저 그런 결혼식에 이제 모두가 질릴 대로 질렸다. 생각 있는 신랑과 신부는 ‘특별한 날’을 정말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어하고, 결혼식에 우리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담는다.


하와이에서 만났다는 한 커플은, 결혼식장을 하와이 풍의 주황색 꽃으로 꾸미고 훌라춤 댄서를 불렀다. 이제는 모두가 그들이 하와이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했음을 기억한다.

[출처: 온즈드롬]


어떤 커플은, 연애 시절에 신부가 신랑에게 선물받은 인형을 모두 데려와 하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신부가 기뻐했던 모든 순간들이 하객들에게 감동으로 남았다.

[출처: 온즈드롬]

그러면 우리의 결혼식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온 30년 남짓한 시간동안 가장 특별했던 순간인 우리의 만남을 어떻게 표현하고 하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종학과 다솜, 우리는 각각 다른 삶을 살았지만 우리의 삶에는 하나의 큰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과 똑같이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생각이 아주 많은 아이들이었다.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으면 기꺼이 수용했지만, 납득이 되지 않으면 죽어라 고집을 부리고는 했다. 무턱대고 반항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 한 켠으로는 설득해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짜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보다, ‘행동을 모방하는 답습’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종학과 다솜은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의 감동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우리는 만난 순간 서로를 이해했다. 우리는 놀랍게도 비슷한 원리로 동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꾸미거나 숨길 것이 없었고, 너무나 편안했다. 두 사람이 만나고 나서 처음 한 일은 같은 책을 사서 읽는 것이었다. 둘은 같이 ‘데미안’을 읽으며 같은 감상에 공감하며 웃었다. 우리의 만남은 극적이었고, 동화 같았으며, 아주 아름다웠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그런 결혼식으로는 우리의 행복을 표현할 수 없었다. 특별한 만남을 축복받고, 잘 살아갈 것을 이해받고 싶었다. 그걸 위해 우리의 결혼식을 스스로 만들자!

우리는 언제나 평범하지 않게 살아왔으므로, 이번에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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