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쯤,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즐거운 일이 여럿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코다테의 작은 게스트 하우스 루프탑에서 술 게임을 하던 외국인들에게 합류한 일이다. 그 친구들은 테라스에 쌓인 눈에다가 와인을 칠링하고 있었는데, 영어로 대화하길래 루프탑에서 서로 만나 이야기하는 여행객들인 줄 알고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말레이시아에서 같이 온 친구 사이였는데, 다행히 나를 기꺼이 환영해 주어서 이틀간 같이 여행을 다녔다. 우리는 스시집에서 주인장과 모르는 아저씨 손님을 포함하여 함께 만담을 나누기도 했고, 이후 삿포로에서 다시 만나 신년을 축하하기도 했다. 이 유쾌한 친구들 덕분에 여행이 더욱 즐거웠다.
물론,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언제나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전혀 정보가 없는 랜덤한 사람을 만나 좋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도 같다. 사람에 따라 이 복권을 사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환경이 좋지 않아서 당첨 확률도 좋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게는 이 복권이 저렴하고, 당첨 확률도 괜찮다. 내가 자연스레 이 과정을 즐기게 된 이유이다.
나의 당첨 상품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충돌이다.
지구에 있는 금의 대부분은 핵에 저장되어 있다. 그런 금들을 우리가 지표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하고 많은 양들의 운석 충돌이 맨틀에 자극을 주어 맨틀 대류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일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던 주제의 이야기도 나누게 될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생각이나 지적 자산들을 발견하게 되고, 나중에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아이디어가 된다.
두 번째는 확장이다.
내가 갖고 있는 약 30년 치의 경험은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아늑하지만 편협한 세계이다. 내 가족이나 친구들도 나와 알고 지내온 시간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흐름이나 디테일을 공유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완전한 무작위 변수다. 그 사람의 세계에서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DNA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면서 내 세계의 다양성이 확장된다. 나의 내면에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관계다.
지금까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완전히 접점 없는 타인으로부터 시작한 관계가 상당히 많다. 친구 하나 없이 심심해서 찾아간 파티에서 친구를 만들어오기도 하고, 무작정 신청한 커피챗에서 좋은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그냥 말을 걸었던 카페 주인과 친해지면서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관계의 상당수가 이렇게 무작위에서 자연 발생하였고, 이것은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가 되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나쁘게 행동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당첨이 되었을 때 돌아오는 이득은 꽤 크지 않나. 아무쪼록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람 만나기의 미학을 체감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