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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커리어패스에 대한 힌트: '일의 감각'을 읽고
브랜딩 카테고리에서 아주 유명한 저서인 '일의 감각'을 읽었다.
대기업으로 시작한 저자의 커리어패스와 나의 커리어패스는 시작부터 전혀 달랐지만, 미대 출신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브랜딩 에이전시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디자인이나 브랜딩 영역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많이 와닿았다. 나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특히 영감을 받았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이나 잘할 것이지'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다녔다.
나는 3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정확히 같은 말을 두 번 들었다. 발화자는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런 말이 나오게 하는 조직의 구조가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주도적으로 일하기 위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시키는 사람의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오너보다 더 오너십을 가지라고 한다.
진정성은 보여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반면,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는 뛰어난 오너라면 진정성을 빠르게 캐치할 것이다. 또한 결이 맞는 오너를 찾아서 그를 잘되게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메세지가 거듭 강조되는데, 같은 결이 있는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친구의 부탁으로 디자인 하는 볼펜 vs 10억원 받고 디자인 하는 볼펜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일을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나는 이 말을 '받은 만큼 일하지 마라, 정말 잘 한다면 머지않아 일한 만큼 받을 것이다.'라고 이해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대가로 1만원을 받았든, 100만원을 받았든, 10억원을 받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열과 성을 다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알고 있어도 잘 실천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좋아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크게 공감되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찾으려면 먼저 좋아해보려는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을 가지치기해나가며 내 취향을 구체화할 수 있다.
커리어가 그렇고, 연애가 그렇다. 내가 스트레스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비결이자,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에서 찾아내어 지금껏 싸움 한 번 없이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비결이다.
독후감을 마치며…
오전에 러닝을 하고 와서 점심도 먹고 난 늦은 오후에 남편과 마주앉아 책읽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원래 펜으로 노트에 필기하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는데, 오늘 읽기 시간에는 메모를 금지하고 가볍게 읽기로 했다.
읽는 동안 서로 재미있는 구절을 공유하기도 하며 소소하게 잡담을 하며 읽다보니 각각 한 권씩을 비슷한 시간에 끝마쳤다. 이렇게 읽기 좋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었다. 전공자 관점에서, 책의 만듦새가 빼어난 것이 또다른 좋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즐거운 독서시간을 보냈다.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