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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커피에 관심 없던 내가 핸드드립으로 취향을 만들어가게 된 이야기.

오늘의 커피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게 씻고 나오면, 나는 커피 내리는 일을 시작한다.

우선 드립 포트로 물을 끓이고, 원두를 골라 그라인더에 돌리고, 필터와 커피 서버를 헹군다.

분쇄한 원두를 필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가루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조금씩 물을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추출된 커피는 아주 진한 갈색인데, 150ml씩 두 컵에 따른 뒤 내 컵에는 따뜻한 물을 붓고, 남편 컵에는 얼음과 물을 추가한다.

이렇게 '오늘의 커피' 두 잔이 완성된다.

내가 처음부터 핸드드립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사실 즐기기는커녕, 커피 자체에 관심도 크게 없었다. 내게 커피라고는 졸음을 이겨내기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였으니 말이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남편을 처음 만난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 당시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바나프레소나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자주 마셨는데, 하루에 1~2잔을 꼬박꼬박 마셨더니 커피값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나는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종종 하곤 했는데, 이런 일상 속 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것의 일환으로 커피 사 마시기를 줄이기로 했었다.

하지만 졸리니까 커피를 안 마실 수는 없고. 대안으로 찾은 것이 사무실 커피였다.

당시 회사 사무실에는 거래처에서 명절마다 들어오는 커피 드립백 선물이 처치 곤란으로 쌓여서 총무과의 골칫거리가 되곤 했다. 나는 커피를 사 마시는 대신 이 드립백들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주 마시다 보니 아메리카노와 다른 드립 커피만의 풍미도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아메리카노가 맛없게 느껴졌다.

이후로는 좀 더 맛있는 드립백을 찾고자 이런저런 로스터리에서 다양한 원두를 비교해 보기 시작했고, 이내 아침마다 드립백으로 커피를 두 잔 내리는 것은 내가 즐기는 우리 집의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립백을 매번 사는 것보다 핸드드립을 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드립 입문 영상을 여럿 보았고, 물품을 갖추어 커피를 내려보았다. 와! 핸드드립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로스터리에서 홀 빈으로 구매한 원두를 방금 막 분쇄하여 내린 커피.

드립백과 달리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원두량, 내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는 분쇄도.

핸드드립에 능숙해질수록 커피의 풍미를 섬세하게 느끼게 되었고, 장비도 하나둘 업그레이드했다.

더치커피도 만들어보고, 버번 원두를 시도해 보고, 밀크 프로더를 사용해서 카푸치노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제일 좋아하지만, 나는 우간다 원두를 제일 좋아한다.

나는 90도 언저리로 내린 따뜻한 커피가 좋고, 남편은 무조건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신다.

취향이란 참 재미있는 감각이다.

전혀 모르던 영역에서도, 하나둘씩 경험을 더해가다 보면 내 주관이 생긴다. 나는 커피 맛도 구분 못 하는 문외한이었는데 말이다!

우연한 계기로 내가 커피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홈 카페까지 시작하게 되었듯이, 앞으로의 삶에 나타나는 기회들을 소중히 잡고 싶다.

매일 아침의 핸드드립 루틴처럼, 소중한 것들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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