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하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소묘법
2024. 8. 17.
디자인 프로세스와 애자일의 결합
예술의 특수성 vs 비즈니스적인 개발과정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과 일정 사이의 딜레마를 겪고 있을 것이다. 예술은 직관의 영역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과정을 정량화하기가 어려운데, 비즈니스적인 개발과정은 정량적인 절차를 필요로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실 시각 디자인은 비즈니스와 시각 예술의 결합이다. 즉, 온전히 시각 예술처럼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비즈니스적인 방법론이 유효하고, 어떤 부분은 유효하지 않다. 나는 여러 방법을 통해 디자인 작업의 정량화를 시도했는데, 그 중 Agile Model을 나의 업무 스타일과 결합한 '프로젝트 소묘법'을 꽤 잘 사용하고 있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애자일이란?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매우 익숙할 것이고, 다니는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생소할 것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에서 유연하고 반복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방법론이다. 이는 기존의 1년 단위의 비즈니스 플랜을 대체하는데, 변화무쌍한 생태계에서 1~2주마다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며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스크럼, 칸반, XP 등이 모두 애자일 기반의 프레임워크다.

출처: 애자일 방법론이란 무엇인가? https://www.wrike.com/
애자일을 도입하면 무엇이 좋은가?
빠른 결과와 빠른 피드백 으로, 궁극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에 가장 빠르게 도달 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작업물을 가시적으로 계속 확인 가능하므로, 업무 성과 측정에도 도움이 된다.
애자일 방법론을 사용하면, 디자인 퀄리티도 좋아질 뿐더러 업무 성과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떻게 디자인 프로세스를 애자일 모델과 결합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 소묘법 소개
프로젝트 소묘법이란?
프로젝트 소묘법은 애자일의 제품 개발 과정을 미대생에게 친숙한 소묘에 빗대어 만든 프레임워크다.
정물 소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디테일을 완성하는 경우는 없다.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밑색을 채우고, 점차 톤을 쌓아나가고, 디테일을 채운다. 이 과정에서 형태를 잘못 잡았으면 멀리서 보는 시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소묘를 배울 때, 중간중간 도화지를 바닥에 놓고 형태가 왜곡되었는지 확인하던 경험을 생각해보라!
이렇게, 스프린트 목표와 진행현황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지 계속 체크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젝트 소묘법은 거시적인 스케치를 점차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스프린트를 거듭하여 프로젝트 후반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올라가고, 수정이 어려워짐을 유의하라!
프로젝트 소묘법 진행 단계
베이스 - 스케치, 뭘 만들지 구상하는 단계
작업물 양식 확인, 디자인의 용도와 사용자 확인, 들어갈 내용의 의도를 파악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러프 - 밑색, 완성시의 느낌 보여주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러프를 진행한다. 레이아웃이나 그래픽의 디테일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구두 발표, 빨간 글씨로 넣은 의도 설명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작 - 톤업, 조형적인 디자인 정돈
이제 좁은 의미에서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활동을 할 차례다. 밑색 단계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이번에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대로 만든다.
검토 - 마무리, 규칙에 맞는지 꼼꼼히 확인하기
당신의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할 사람들(예를 들면 인쇄소 사장님, 혹은 옆자리 개발자)의 의견을 듣자. 당신의 디자인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폴리싱 - 디테일 업, 완성도 높이기
좀 더 예쁘게 만든다. 아이콘을 바꿔보고, 컬러를 정돈해보고, 좀 더 적합한 사진을 넣는다.
기한이 촉박하면 이 단계는 생략될 수도 있다.
프로젝트 소묘법을 쉽게 적용하는 방법
나는 노션의 템플릿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각 항목에서 체크할 내용들을 템플릿화하여 넣어두고, 필요한 항목을 꺼내어 쓴다. 이렇게 하면 각 단계가 체계화되고 쉬워지며, 동시에 각 항목의 완결성이 생긴다.
애자일한 디자인 프로세스
위 노션 템플릿을 보고 왔다면, “이건 그냥 업무 체계화 아냐? 이게 무슨 애자일이야!” 싶을수도 있겠지만...
베이스부터 폴리싱까지 모든 각각의 과정은 ‘디자인 씽킹’의 결과물이다. 즉, 시각 매체로 표현한 것만이 디자인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고 체계가 이미 ‘디자인 씽킹’이라는 방법론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시각 결과물만이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프로젝트 소묘법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빠르게 디자인 씽킹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나는 잘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업무 적용 사례도 궁금하다. 적용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이 온다면, 넥스트 버전 제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